수영 호박씨 까기 2013/01/04 12:54 by 코코아벌레

오늘은 우리반 강습생들 이야기.

들쭉날쭉이긴 하지만 보통 6~8명 정도인데
대부분 괜찮은 사람들이다.

한 명 빼곤 모두들 모범생 스타일.
시키는대로 군소리 없이 열심히 한다.
강습에 왔으면 모름지기 그래야지.

초급반에서 함께 배웠던 두 명이 이번 달 부터 승급했다.
초급반일 때도 열심히 하더니 결국 올라왔다.
한 달 일찍 올라온 내가 멋진 모습을 보였더라면 좋았겠지만
맨날 쌤에게 지적당할 뿐이다. (뭐? 그들도 기대 안한다구? -_-++)

출석률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눈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내는데
잠깐이라도 말을 섞어 본 사람은 두 명 정도.
나도 그들도 숫기없는 사람들. 후후.

아, 오늘은 초급반에서도 못봤던 새로운 아저씨가 한 명 왔다.
구릿빛 피부에 나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좀 있는...
그런데 수영은 좀 느린... :)

말했듯이 대부분 조용하고 말 잘듣는 착한 강습생들이다.
한 명 빼고. 이 녀석은 하는 짓이 참... -_-++

여기부턴 녀석에 대한 호박씨 까기다.
이런 거 싫은 사람은 여기에서 되돌아 가시길...


녀석은 초급반일 때 처음 봤는데 몇 일 보이더니 중급반으로 올라갔었다.
듣기로는 한 2주 됐다던데 힘이 좋아 빠른 편이라 그런지 쌤이 올려보낸 듯.

그런데 강습 끝나고 혼자 연습할 때 나한테 말을 걸더라구.
그 때만 해도 대답 잘 해주고 그랬다. 수영도 잘하는 것 같고.
그런데 얘 스타일을 알고부턴 가급적 말 섞고 싶지가 않다.

우선, 당시 난 할 줄도 모르던 잠영 같은 걸 열심히 구사해주신다.
뭐, 저 혼자 연습하는 거야 뭐라고 할 게 아니지.
문제는 내가 수영하고 있는데 그 밑으로 지나가기. 이게 뭡니까. 잘 나셨네요.
그리고 잠영으로 한참 가놓구선 나보고 봤느냔다. 참 나. 네, 정말 잘 나셨어요.

이 잠영 자랑질은 내가 중급반 올라간 얼마 후 강습 끝나고 혼자 연습하다가
내가 자기 만큼 잠영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난 후에야 그만두더라.
사실 난 잠영이 아니라 그냥 돌핀킥으로만 그만큼 갔었더랬다. 죽을 뻔 했음.
아마 녀석이 25m 잠영을 할 수 있었다면 계속 봐야했을지도 몰라. -_-

그래도 저런 잘난 척이야 그냥 무시해주면 된다.
실제로 나한테 말을 걸며 잘난 척을 할라치면
난 상급반 사람들 수영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못들은 척 했다.

문제는 강습 시간에 짜증나게 한다는 거다.

녀석이 제일 빠르다는 이유로 보통 맨 앞에 서는데, 쌤이
"갈 때 접영, 올 때 자유형, 그 다음은 배영으로 갔다가 올 때 자유형,
그 다음은 평영, 자유형, 마지막으로 자유형, 자유형. 네 바퀴 시작!" 외치면
바로 출발하질 않고 "네, 뭐라구요? 궁시렁 궁시렁..."

어쩌다 한 번 그러는 거야 못알아들을 수도 있겠거니 한다. 나도 가끔 그러니까.
그런데 이 녀석은 매번 그런다. 한 번도 곧바로 출발한 적이 없다.
쌤이 다시 확인해주고 출발한 후에도 맞은 편에 가서 뒷 사람들에게 다시 물어본다.
1번이 멈춰있으니 당연히 뒷사람들은 턴을 못하고 멈춰설 수 밖에.
정말 못알아 듣는 건지. 장난을 치고 싶은 건지.

오늘은 쌤이 롤링 할 때 머리를 가운데 고정하라면서 이 녀석을 모델로 세웠다.
머리를 가운데 두고 팔을 저으라니까 녀석이 머리를 따라 돌린다. 쌤이
"이러면 안된다구요. 머리 고정" 하고는 다시 팔젓기를 시키는데 또 머리가 따라 돈다.
"머리 고정하라고" 다시 팔젓기를 시키는데 머리가 또 따라돈다. 이번에는 말로 안하고
쌤이 머리를 다시 가운데로 돌려놓는다. 또 팔젓기를 시키는데 또 따라돈다. 반복.

쌤도 귀싸대기를 한 대 날리고 싶었을 거다.
사람들 모아놓고 강습하면서 모델로 세운건데 그런 장난을 치다니. 예의가 없는 거지.

오리발 수업이 끝나고 모두들 오리발을 벗어 바구니에 담을 때 였다.
녀석이 물 밖으로 나가더니 사람들로부터 오리발을 받아 바구니에 담아주는 거다.
다른 사람 같았으면 '착하네~' 했겠지만 녀석을 생각할 때 그건 그냥 오지랖.

뭐 어쨌거나 거기까진 좋았다. 문제는 끝낸 후 다시 물에 들어올 때.
손모아 파이팅을 외치기 위해 강사 앞에 옹기종기 모여드는 중에 "풍~덩~".
한 여름 워터파크에서 물에 뛰어들 듯 점프한 것이다.
물벼락 맞은 사람들. 그걸 보고 좋다고 낄낄대는 녀석.
아... 얘는 답이 없다.

내가 중급반에 올라가면서 얘랑 같이 하게 된 게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.
그런데 한 달이 지나니까 쌤(지금의 쌤 말고 먼저 중급반 쌤)이 녀석보고
상급반으로 가라는게 아닌가!  한 달만에 승급이라니 다들 놀라는 분위기.
녀석은 신났는지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. 우리도 다 들었거든?
강습 후 연습하는데 역시나 내게 와서 자랑질을 하려들길래 가볍게 무시해줬다.

그래도 난 내심 녀석과 더 이상 함께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았다.
그런데 다음 달 첫 강습날. 녀석이 중급반에 그대로 있는게 아닌가.
다른 승급 대상자였던 분들은 상급반으로 가셨는데 녀석만 남아있다.
내막은 알 수 없지만 좋다 말았다. 쩝.

내 생각엔 아직 실력이 안된다고 판단하신 지금의 쌤이 번복한 듯 하다.
사실 녀석이 빠르긴 하지만 그건 순전히 힘이 좋기 때문이다.
자유형도 시간차 비대칭에 팔꺾기도 엉망. 접영도 고개들고 입수하는데다
주변 사람들에게 물벼락을 선사하는 전형적인 힘 접영.
(내 접영 자세를 칭찬한 젊은이가 녀석처럼 하면 안된다고 콕 찝어 말했으니...)

그리고 수영을 처음 하는 사람이 2주만에 중급반으로 승급할 수 있을까?
내가 볼 땐 수영천재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. 그럼 녀석이 천재일까?
설마 천재가 그딴 식으로 수영할 리가 없지. 녀석은 뻥쟁이가 분명해.
아마도 예전에 또는 어렸을 때 몇 달 배웠을 것이다.

사람이 미우려면 별게 다 밉다더니, 녀석 나한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.
사실 내내 그냥 무시해왔는데 오늘 강습 시간의 머리 돌리기 장난과
풍덩 사건에 그만 화딱지가 나버렸다. 안그래도 안되는 날이라 짜증났거든!


덧글

댓글 입력 영역